늦게 배운 도둑 날 새는 줄 모른다더니,

뒤늦게 발동이 걸린 장맛비가 한가할 틈이 없다.

 

 천둥번개까지 죽이 맞아 온밤을 꼬박 새고,

그래도 성이 차지 않는 듯, 들락날락 온 날을 좌충우돌이다.

 

 어쩌다 장맛비가 쉬어가는 밤은 열대야가 한가할 틈이 없다.

연신 뜨거운 콧바람을 내뿜으며 순순히 깊은 잠을 들게 하는 법이 없다.

 

 그렇게 여름은 깊었고,

그렇게 한가할 틈이 없는 여름날이다.

 

 

 4월 18건, 5월에 11건이 거래됐다.

그리고 6월에도 11건이 거래됐다.

4·1 부동산활성화대책이 나오고 나서다.

 

 1월 18건, 2월 31건 그리고 3월에 16건이 거래됐다.

대책이 나오기 직전 3개월의 일이다.

 

 4·1대책이 나오고 난 3개월 거래량이 40건, 이틀에 한건도 안 된다. 반면 대책이 나오기 전 3개월 합이

65건, 사흘에 두건이 넘는다. 거래를 늘리겠다는 대책을 내놓자 되레 거래가 준 셈이다.

 

 침체가 극심했다는, 그래서 취득세 감면을 핵심으로 한 9·10대책이 불가피했던, 지난해 후반은 어땠을까.

 

 7월 10건, 8월에 5건이 거래됐다. 그리고 9월에는 24건이 거래됐다. 합이 39건.

10월에 22건, 11월과 12월에는 각각 18건과 13건이 거래됐다. 합이 53건이다. 10~12월 53건은 4·1대

책이후 4~6월 40건을 훌쩍 뛰어넘는다. 휴가철 계절적 요인까지 겹쳐 최악의 3개월로 평가 되는 7~9월

39건 마저, 이름도 거창한 부동산활성화대책의 서슬 퍼런 4·1 대책이후 4~6월과 별반 다름이 없다.

 

 거래가 늘기는커녕 되레 줄었다. 게다가 6월 11건은 취득세 막달효과라 하기에도 너무 보잘 것 없다. 지

난해 9·10 대책 발표 이후 거래가 다소 늘어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9·1 대책은 취득세 감면이 핵심 사

안이다. 반면 6월말까지 취득세 감면조치는 사실상 4·1대책의 내용도 아니었다. 지난 9·1 대책의 연장선

상의 그것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9·1대책은 나름 취득세 감면 효과를 본 반면 6월 취득세 감면 조치는 효과

가 거의 없었다. 4·1대책과 더불어.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4·1대책, 있으나마나한 대책이었다. 시한을 정한 세제 감면 조치 역시 시장에 별 영

향을 끼치지 못했다. 한시적 대책의 민낯만 드러낸 셈이다.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져 잘만하

면 효과를 배가 시킬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거듭된 한시적 카드로 허공에 날려버린 것이다. 안이한 대처의

소산이랄까. 그런데도 하반기 효과 운운하며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은 미련하달까 불쌍 하달까.

 

 부동산활성화는 물론, 경기활성화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당초의 야무진 포부도 억센 장맛비에 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있으나마나한 대책은 결국 정부의 불신만 가중시키고 시장의 내성만 키웠다. 자칫 부동산

대책 무용론이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호가만 신났다. 매수세보다는 집주인들의 기대감이 더 컸던 탓이다. 대책이 나오기까지 무려 7~8천만 원

이나 호가가 상승했다. 높아진 기대감에 편승한 집주인들이 앞 다퉈 호가를 올리고 매물을 걷어 들였기 때

문이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예고도 없이 들이 닥친 거래절벽은, 세상물정 모

르고 치솟은 호가를 멋쩍게 할 따름이었다. 급기야는 지난해 후반 그 암울했던 바닥을 향해 슬금슬금 뒷걸

음질을 시작했다.

 

 3건.

7월 들어 거래된 숫자다.

보름이 지나는 동안 단 3건이 거래됐다는 얘기다. 이대로라면 지난해 최악의 8월 5건의 기록을 경신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시장은 다시 절벽에 섰다.

 

 거래가 끊기고 그 골의 깊이가 가늠이 되지 않는 상황에도 서둘러 가격을 낮춰 급매물을 자처하는 매물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거래절벽이 이쯤에 이르면 급매물이 쏟아지지는 않아도 듬성듬성은 나오게 마련인

데 말이다.

 

 거기에는 둔촌주공만의 특별한 이유가 있다. 최근 둔촌주공 재건축 행보가 부쩍 속도를 내고 있다. 환경영

향 평가 및 교통영향평가에 대한 강동구청과의 협조가 긴밀히 이루어지는데다 사업시행인가와 건축심의를

위한 사전준비작업 등이 순풍에 돛단 듯 진행되고 있다. 거래절벽이 다시 시작된 데다 그 깊이가 가늠되지

않은 시기에도 급매물 찾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모름지기 시장상황이 다소 나빠진다 할지라도 재건축

진행에 속도를 내면서 외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시장을 낙관하기에는 부정적인 요소가 너무 많다.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전세를 고집하는 세

입자의 증가로 전세 값이 치솟고 있다. 집값이 오르지 않자 주택 매입을 포기한 이들이 전세수요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친 전셋값’은 주택매입 여력이 없는 저소득세입자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결

국 오르지 않는 집값은 부메랑이 돼서 서민들 목줄을 누르고 있는 셈이다.

 

 후속대책에 대한 정부의 대처도 너무 안이하다. 내성만 잔뜩 키워진 시장에 과연 어떤 대책으로 시장을 정

상으로 돌릴 수 있을지 도대체 감을 잡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시장을 살릴 수 있는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다. 있으나 마나한 4·1 대책 같은 아류로는 뿌

리 채 흔들리고 있는 부동산시장을 잡을 수 없다.

 

 희망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모처럼 민주당이 부동산 폭등기 때 도입했던 규제정책을 재검토하는 종합대책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다.

투기적 수요자 양산, 부자 특혜 정책 등의 이유를 들어 정부와 여당과 멱살잡이를 마다않던 이들이다. 분양

가 상한제·다주택자 양도세중과 폐지에 눈에 쌍심지를 켜고 반대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기대가 되는 대

목이다.

 

 하우스푸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주택시장 정상화가 급선무다. 근본적으로 하우스푸어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선 주택거래가 정상화 돼야 하는 만큼 1인당 소득 1만 달러 시대에 만들어진 구닥다리 규제를 풀

어 2만 달러 시대의 발목을 잡고 우리 경제를 흔들고 있는 독소를 제거해야 할 것이다. 거래의 숨통을 틔게

하고 그를 통해 집값이 오르게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집값이 오르지 않아 집을 사기를 주저하고, 전세살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빚에 허덕이면서도 팔리지 않은

집 때문에 집 가진 거지 신세를 면할 길이 없다. 집이 없으면 미친 전셋값이 걱정, 집을 사자니 언제 바닥으

로 추락할지 걱정, 집이 있어도 걱정 없어도 걱정, 온 세상이 걱정 투성이다. 그야말로 걱정 공화국이다.

 

 집값이 문제다. 모든 걱정이 그 안에 있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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