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01년, 울산광역시
나는 어려운 취업문을 뚫고 꿈에 그리던 OO회사에 경력직 사원으로 입사했다. 근무처가 서울이라 고향을 등지고 서울 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그러나 최종합격까지 마음을 졸이고 안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미처 서울에 살 곳을 마련하지 못했다. 우선 급한 대로 원룸을 찾았다.
나는 원룸이 몰려있다는 관악구에 임시 거처를 마련해 살고 있다.
2001년 4월, 이직 3개월 차
지금 살고 있는 원룸도 살만하지만 하루 이틀 서울에 살 것도 아니고 이제 나의 둥지를 제대로 틀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매월 나가는 월세도 조금 아깝고, 전 직장을 다니며 모아둔 자금도 있고 부모님께서 도와주신다고도 하니 아파트 전세를 알아봐야겠다.
최민기: “이제 집을 제대로 구해야 하는데… 아파트 전세 어디가 좋을까? 태호씨는 서울사람이니까 잘 알지? 조언 좀 해줘”
박태호: “그래. 계속 원룸 살기는 조금 그렇지. 여기 회사 근처, 여의도는 어때?”
최민기: “이 동네 아파트? 안그래도 알아봤는데 여기는 가격이 부담되더라”
박태호: “하긴 비싸긴 하지. 그러면 이 주변에 목동은 어때? 거기 아파트 많아서 집 찾기도 수월할 테고 같은 5호선이니까 출근하기도 편하고… 거기 살면 아마 집에서 나와서 회사까지 들어오는데 30분이면 충분할껄?”
최민기: “아 그래? 흠…”
박태호: “응. 기획팀에 선호씨도 목동 살잖아. 거기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서 살기도 편할꺼야. 근데 길목이 자주 막혀서 그게 조금 불편할지도…”
최민기: “난 차 없어서… 다른 조건이 모두 좋다면 괜찮은데…”
박태호: “그럼 그쪽으로 알아봐. 이제 결혼도 해야 하는데 신혼살림 차리고 애 키우기도 좋지. 그 동네 좋은 학교도 많거든”
퇴근 후 나는 인터넷으로 목동 일대를 살펴봤다. 아파트들이 어디에 어떻게 들어서 있고 단지 규모는 어떻고 주변 편의시설, 교통, 학교까지 모두 알아봤다.
내 나름대로 알아본 결과 이 동네 미래가치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갖추고 있는 여건이 앞으로 좋은 지역, 선호도 높은 지역이 될만해 보였다.
그 주 주말, 나는 목동을 직접 탐방하기로 했다.
넓직한 평지에 대단지 아파트들이 시원하게 들어서 있었다. 내가 사는 울산과는 매우 다른 느낌이었다. 전형적인 주거지역으로 조용하고 한적한 것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서울, 혼잡한 관악구 원룸 동네에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넓고 한적한 목동이 마음에 들었다.
목동역 바로 앞에 있는 7단지 상가 부동산 중개업소에 들어갔다.
박응희: “어서오세요”
최민기: “네. 저 전셋집 하나 알아보러 왔습니다”
박응희: “아, 네. 이쪽으로 앉으세요. 마음에 두고 있는 단지는 있으신가요?”
내가 이 지역 사람도, 서울 사람도 아님을 한눈에 알아챈 듯했다.
최민기: “어떤 단지다! 하고 마음을 정한 것은 아닙니다. 근데 이곳이 목동역에서 나오면 바로 있고 규모도 큰 것 같아서 단지 안에도 둘러봤는데 넓직하니 좋더라고요”
박응희: “네. 아파트는 조금 오래되긴 했지만 살기는 좋죠. 나중에 얘들 키우기도 좋고…”
최민기: “저한테 육아는 조금 먼 이야기지만… 아직 결혼을 안했거든요”
박응희: “아 그러시구나. 그러면 제일 작은 평형으로 하시면 되겠네요. 기혼이시라면 아이도 생각해야 하는데 아직 미혼이시니 우선 신혼살림 차릴 것만 고려하셔도 되겠네요”
최민기: (쑥스러워 하며) “아직 결혼 계획도 없는걸요. 지방이 연고지인데 회사가 서울이라 혼자 살려고 구하는 집입니다”
박응희: “네. 그러면 7단지 고층으로 20평형은 어떠세요? 전세가는 1억 1,000만 원 정도입니다”
최민기: “그럼 지금 집을 볼 수 있을까요?”
제2화 전세 살고 있는 집, 내 집 되다 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