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김미자(여, 가명) 50대 후반의 주부
장만호(남, 가명) 김미자씨의 남편
박응희(여) 양천구 목동 백두산공인 대표
나는 결혼 후 지난 1992년 양천구 목동으로 이사와 20년 가까이 이 곳에 살고 있다. 우리는 결혼 15년차에 집을 35평형으로 넓혀 이사했고 그 집이 목동신시가지 7단지다. 92년 당시 7단지 35평형은 2억 5,000만 원 선이었다. 그 후로 3~4년 간 집값은 거의 변함이 없었다. 이 때만 해도 우리 부부는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것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96년부터 아파트값은 꾸준히 오르기 시작했고 2000년대에 들어 목동은 명실공히 선호지역이 됐다. 교육여건과 주거환경이 인근 지역보다 우수한 편이라 주변에서 다들 이사 오고 싶어하는 곳이 됐다.
아파트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다. 그 덕분에 나와 남편은 부동산에 부쩍 관심을 가지게 됐다.
2005년 봄 어느 날
장만호: “여보, 오목교역 바로 앞에 주상복합아파트 들어선다는 얘기 들었어?”
김미자: “응. 알지. 부녀회 나갔는데 사람들한테 들었어. 삼성이 짓는다지?”
장만호: “우리 거기 한번 알아볼까?”
김미자: “주상복합이면 비싸지 않을까?”
장만호: “아니 그렇지도 않던데. 지금 우리집이 7억 원 정도 하니까 평당 2,000만 원 수준인데 그 주상복합 분양가가 평당 2,000만 원~ 2,100만 원 정도래”
김미자: “그래? 몇 년 전에 목동에 처음 주상복합 들어왔을 때 미분양되고 해서 분양가를 좀 낮게 잡은건가?”
장만호: “뭐 그런 것 일수도 있고…”
나와 남편은 뭐든지 꾸준한 편이었다. 무엇인가에 쉽게 질려 하지 않고 한번 한 것은 주로 끝까지 오랫동안 하는 편이었다. 아이들 학원도 그랬다. 우리가 처음 목동에 이사 왔을 때는 학원이 많지 않았다. 그 중 가깝고 괜찮아 보이는 곳으로 아이들을 보냈고 그 후 정말 많은 대형학원들이 생겨도 우리는 학원을 이리저리 옮기지 않았다. 의리라기 보다는 뭐든 꾸준한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환경의 변화는 필요하지만 자주 바뀌면 아이들 정서에도 좋지 않을 것 같았다. 사실 그냥 우리부부의 스타일이다. 집도 그랬다. 13년 간 한 집에 살았다.
그런데 이 집이 이제 조금 낡긴 했다. 완공된지 벌써 17년 된 오래된 아파트다. 그 때문에 살기 조금 불편한 점도 있다. 집 팔고 새 아파트로 입주한 동네이웃들 집들이 가보면 조금 부럽기도 했다.
2005년 7월 뜨거운 여름 어느 날
나는 남편과 함께 그 주상복합아파트 견본주택을 보러 갔다. 견본주택 보는 것은 정말 흥미롭다. 이전에도 몇 번 보러 간 적은 있는데 갈 때 마다 즐겁다. 볼거리가 가득했고 가서 보면 집 인테리어 유행도 파악할 수 있었다.
주상복합은 아직 아파트만큼 흔한 주택유형이 아니라 더욱 살펴볼 것이 많았다. 강남에 타워팰리스가 들어서면서 부의 상징이 된 주상복합은 모두의 로망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견본주택관에 사람이 정말 많았다. 세련된 평면구성에 흥미로운 점들이 많았다. 우리 부부는 견본주택을 둘러보고 상담도 받았다.
그동안 우리집 자산가치는 많이 올랐고 크고 작은 투자와 저축으로 재산도 꽤 모았다. 우리는 그 주상복합 아파트를 감당할 수 있으리라 자신감을 갖고 청약했다. 그리고 당첨됐다.
새 집 입주는 2009년, 입주까지는 4년의 시간이 있었다. 급히 잔금을 마련하거나 하지 않아도 됐고 우리 아파트 가격은 계속 상승세였다. 이대로라면 팔고 새 집으로 이사가는데 비용이 얼마 들지 않을 듯 했다.
제2화 상승에 취해 욕심 내다 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