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다음해인 2006년, 부동산경기는 본격적인 호황기에 접어들었다. 자고 나면 오르는 집 값 때문에 집 없는 사람들은 가슴을 졸이고 나와 같이 집이 있는 사람들은 욕심만 커졌다.
2006년 4월 봄
목동신시가지 7단지 35평형, 우리집 시세는 10억 원을 넘어섰다. 집값은 한 달에 5,000만 원씩 심지어 1억 원 가까이 올랐다. 남편과 나는 즐겁기만 했다.
그리고 어느 날 우리 아파트 부녀회 회원으로 잘 알고 지내던 백두산공인 박응희 대표 사무실을 들렀다. 작년 주상복합 아파트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부쩍 자주 들러서 이야기도 듣고 의견도 구하곤 했다.
김미자: “자고 나면 집 값이 오르네요. 저 같이 집 있는 사람들이야 더할나위 없이 좋지만 아직 집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은 불안하겠어요”
박응희: “그럼요. 요즘 난리도 아니네요. 근데 미자씨 그 주상복합 청약하신거 당첨되셨다고 했죠?”
김미자: “네. 당첨됐더라고요”
박응희: “입주하실 생각이시죠?”
김미자: “네. (웃으며) 정든 7단지를 팔고 입주해야죠”
박응희: “아, 지금 집을 파실 예정이세요?”
김미자: “그럼요. 이 집 안팔고 어떻게 입주하겠어요. 집 팔지 않고도 그 정도 잔금 마련할 능력은 못되죠”
박응희: “하긴요. 워낙 고가아파트니까요. 그럼 언제쯤 처분하실 예정이세요?”
김미자: “입주하기 전에는 해야죠. 요즘 아파트값 강세니까 당분간은 생각이 없네요. 조금 더 두고보려고요”
박응희: “아, 그러시구나. 그런데 제가 생각했을 때는 처분하시려고 한다면 올해 안에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김미자: “올해 안에요? 글쎄요. 집값 계속 오르는데 저희는 그럴 생각이…없는데요”
박응희: “제가 예상하기로는 이제 이 호황기도 얼마 남지 않았어요. 오름세가 있으면 반드시 내림세가 오죠. 지금 너무 많이 오르고 있어 저는 겁이 날 정도에요”
나는 박 대표의 말이 그다지 와 닿지 않았다.
박응희: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안정시키려고 규제정책을 내놓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파트값은 미자씨 말처럼 자고나면 치솟고 또 치솟고 있어요. 제 생각에는 약간 실효성이 떨어지는, 어줍지 않은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 내성만 키운 것 같네요. 그렇지만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리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어요. 벌써 올해에만 두 번째 규제정책이 나온다고 합니다”
김미자: “네. 대책 내놓고 있는 것은 저도 유심히 보고 있어요. 하지만 정말 별 볼일 없는 대책에 시장 반응도 거의 없잖아요. 저는 조금 더 지켜보고 싶네요”
박응희: “정부의 정책을 절대 무시해서는 안되요. 우리나라만큼 국가정책이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곳도 없을꺼에요. 제 생각에는 그 덕분에 적절하게 잘 흘러왔다고도 생각되고요. 앞으로 계속 규제가 나올껍니다. 그 정책이 시장에 반영될 때까지요. 나중에 입주하실 때 되면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릅니다. 제 생각엔 지금이 고점인 듯하니 지금 파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제3화 한번 부린 욕심, 4억 증발시켜 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