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길 없는 땅이라고 해서 무조건 기피할 것은 아니다. 그 땅의 생김새와 주변 땅과 어떻게 어우러져 있는지 면밀히 관찰하고 해석하면 뜻 밖에 좋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취득할 수 있다. 당시 그 땅 자체는 반듯하고 잘생긴데다가 관리지역이었으며 2차선 도로가 인접해 있었다. 여기에 중앙선 복선전철역 개통으로 인근 취락지구가 번화하고 있었다.
김세준: “그래도 도로가 인접해 있는 것이지 접한 것은 아니었잖아요”
해당 물건의 지적도를 떼어 토지의 모양을 잘 살펴보니 도로와 해당 토지 사이에 다른 사람의 땅이 있어서 어쩔 수 없는 맹지가 된 꼴이었다. 이 경우에는 그 사이의 토지를 일부분 매입하여 길을 낼 수 있다.
그렇게만 한다면 6,000평이나 되는 그 땅을 맹지에서 탈출시킬 수 있었기에 시세에 2~3배에 달하는 가격을 주고서라도 길을 낼 만 했다. 땅이 크고 주변 시세의 50% 정도 수준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수익성이 있었다.
장선익: “진입로를 개설할 생각이었죠. 그래서 당시에 내게 토자 투자 의뢰를 맡겼던 3명의 매수자에게 나눠서 매입해드렸습니다”
김세준: “3명에게요?”
장선익: “네. 6,000평이나 되는 땅이니 한 명이 매입하기엔 초기 자금 부담이 너무 컸어요. 게다가 맹지를 몇 십억 원 들여 투자하라고 하면 누구나 거부감부터 들지요. 그래서 세 분께 2,000평 씩 나눠서 사드렸죠”
김세준: “그럼 그 사이의 땅 소유주가 이것을 알고 있었을텐데 자신의 땅을 쉽게 팔았을까요? 저라면 쉽게 팔지 않았을 것 같네요”
장선익: “네. 일반투자자였으면 포기했겠죠. 하지만 저는 ‘각지(角地)’의 장점을 살려 토지 소유주를 설득했습니다”
김세준: “각지요? 그것은 또 무엇인가요?”
장선익: “각지란 말 그대로 모서리 땅, 코너 땅을 말해요. 가로와 세로 양 측면이 모두 도로에 접하는 땅이요. 이렇게 2개 이상의 도로와 접하는 땅은 접근이 쉽고 사람들 눈에 잘 띄어 토지 가치가 높죠”
김세준: “아, 그러면 그 땅 주인에게 일부를 팔아 도로를 내면 당신의 땅이 각지가 되니 더욱 좋아지는 것 아니냐라고 설득하셨겠어요”
장선익: “맞아요. 거기에 시세의 2~3배에 달하는 가격을 제시했죠. 그 땅 주인은 일부 땅은 비싸게 팔아 금전적인 이익을 챙기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땅 가치도 오르니 솔깃할 만한 제안이었을 겁니다. 그래도 가격적인 측면에서 쉽지 않은 협의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끝내 땅의 일부분을 매입하는데 성공했죠”
제3화 맹지탈출 대작전 으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