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6일 수요일, 인터뷰를 하기 위해 용산구 이촌동 부동산뱅크 대명공인을 찾았다. 대명공인 권혁묵 대표는 10년 넘게 이곳에서 거래해 온 중개업자다. 으레 오랫동안 한 지역을 지키는 토박이 중개업자들에게 느껴지는 옆집 아저씨 같은 모습을 기대하고 온 나는 그의 깔끔한 복장과 또렷한 인상을 보고 놀랐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그는 오랫동안 동부이촌동을 지켜온 지킴이로써 확신의 찬 대답들을 이어갔다. 이 모습을 보며 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권혁묵 대표를 믿고 거래를 맡기는지 궁금해졌다.

인터뷰 중 물었다. “중개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뭔가요?” 그는 망설임 없이 “ 신뢰죠.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하는 것은 너무나 창피한 일입니다. 저는 제가 한 말은 몇 년이 지나도 기억합니다. 저만의 원칙을 가지고 중개업을 하기 때문에 한 곳에서 오랫동안 거래 할 수 있는 거죠”라고 말했다.

그가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는 거래는 IMF 경제위기를 겪은 지난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한가람아파트 109㎡(구33평형)에 거주하는 공무원 나철식(가명)씨는 한가람아파트 109㎡ 3억 8,000만 원짜리 집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는 당시 3억 8,000만 원으로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지만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지 몰라 인근 부동산뱅크대명공인의 권혁묵 대표(이하 권대표)를 찾았다.

단순히 실거주 투자를 묻고자 중개업소를 들른 나씨에게 권대표는 생각치도 못한 제안을 했다. 권대표는 비슷한 면적의 아파트를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격과 면적 모두 2배가 넘는 GS한강자이아파트를 분양받으라고 권유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형아파트 거주를 꿈꿔본 적이 없던 나씨에게 215㎡ 면적을 분양 받으라는 권대표의 권유는 황당한 느낌마저 들게했다.

나씨는 109㎡의 면적이 살기에 적당하며 자신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보유자금도 한가람아파트 109㎡의 매매가인 3억 8,000만 원 뿐이었다. 7억 7,000만 원 아파트를 분양 받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또 1999년은 IMF 구제금융을 받던 경제위기 당시라서 더 큰 면적으로 이사를 가는 것은 부담이 높았다. 그러나 권대표는 GS한강자이아파트의 분양을 적극 권유했고 나씨는 며칠밤을 뒤척이며 고민했다.

1999년은 경제위기 상황이었다. 1997년 IMF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단계에서 많은 회사들이 부도 및 경영 위기를 겪었고, 대량 해고 사태와 경기악화로 인해 온 국민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시기에 2배 차이가 나는 면적의 아파트를 분양받으라는 권대표의 제안에 나씨는 선뜻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권대표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자 고민이 됐다. 며칠 뒤 결국 나씨는 엘지자이아파트 215㎡(구 65평형)을 분양받았다.

권대표는 그 당시를 회상하며 “나씨가 분양을 받고 싶어했지만 경기가 좋지않아 망설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잔금납입일까지 7억 7,000만 원을 마련하지 못하면 내가 분양권을 어떻게든 팔아주겠으니 걱정 말라고 호언장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