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헌씨가 돌아간 후 구병국씨는 열심히 공장주인들을 만나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나 쉽지만은 않았다. 보증금이 평균 시세의 절반 밖에 안되는데다 임대료도 낮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조금은 허름한 건물이지만 적당한 매물을 찾았다. 다행히 건물주도 사정을 듣더니 한 번 만나보겠다고 얘기한다. 그는 건물주와 헤어진 후 바로 전화기를 꺼내든다.
구병국 : “여보세요? 서울부동산인데요. 김지헌씨 핸드폰 맞습니까?”
김지헌 : “아 예 안녕하세요. 임대받을 만한 곳이 나왔나요?!”
구병국 : “말씀드리기도 전에 알아차리셨군요. 주인분한테 말씀드렸더니 만나보고 판단하겠다고 하더군요. 시간 되시면 사무실로 나와보세요.”
김지헌 : “네! 바로 가겠습니다!!”
김지헌씨는 설레는 마음에 바로 집을 나섰다. 무릎이 아파 오르내릴 때마다 신경쓰이던 지하철 계단도 단숨에 뛰어올랐다. 숨을 헐떡거리며 인사를 건넨다.
김지헌 : “안녕하세요. 연락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병국 : “무슨 말씀이세요. 일단 여기 차가운 물 드시면서 숨 좀 돌리시죠”
김지헌 : “아닙니다. 마음이 급해서… 공장을 보러 바로 갈 수 있을까요?”
구병국 : “알겠습니다. 공장 주인과 만날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 먼저 둘러보시죠”
김지헌씨는 귀를 찢을 듯한 금속연마 소리와 육중한 프레스 소리가 마치 교향곡처럼 들리는지 흥에겨운 모습이다. 흥분을 가라앉히기 힘든지 도착하기도 전에 공장위치를 서너차례나 물어본다.
구병국 : “많이 궁금하셨죠? 여깁니다. 건물이 좀 노후됐고, 이면도로에 있지만 안쪽에 사무실로 공간도 마련해뒀고, 공장앞 도로폭도 넓은 편이어서 사업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김지헌 : “…”
공장을 둘러보느라 정신없는 그는 구병국씨의 말에 대꾸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구병국 : “둘러보시면서 들으세요. 이 건물은 근린생활시설로 잡혀있는데, 공장주인 분이 필요하다면 용도변경을 해도 괜찮다고 하네요. 본인도 워낙 열심히 사시는 분이라 살아보려는 지헌씨의 노력에 기회를 주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김지헌 : “감사합니다. 정말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이후 공장주인과도 대화가 잘 진행됐고,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90만 원이라는 아주 저렴한 가격에 임대 받기로 했다. 추후 사업이 잘 진행되면 보증금과 월세를 더 올려주겠다고 자진해서 약속까지한 김지헌씨는 바로 임대차계약서를 쓰고 돌아갔다.
부동산뱅크 김두연기자 emym283@neonet.co.kr
